나는 왜 항상 불합격일까? 취준 회고 - 면접편
작년 10월 말 즈음 이전 회사에서 권고사직을 당하면서 약 9개월이라는 시간동안 취업준비를 했다. 당시 목표는 적어도 3월 안으로 취업을 한다는 것이었는데, 애석하게도 아직도 백수라는 신분을 이어가고 있다. 먼 훗날에는 이 시간이 짧은 시간이었다고 여길 수 있지만, 적어도 지금은 9개월이라는 시간이 전혀 짧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리고 기나긴 시간동안에 쌓인 내가 겪은 면접과 이력서의 수난과정을 공유 겸 회고해보려 한다. 합격못한 N수생의 족보 마냥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기를,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
부족한 개발지식과 면접에 대한 부담감
처음 몇번의 면접을 탈락할 때에는 내가 기술적으로 많이 부족하다고 느꼈다. 면접에 떨어진 이유는 내가 면접질문에 대해 명확히 답하지 못했거나, 오답을 말했기 때문에 떨어졌다고 생각했다. 그렇기 때문에 예상질문을 준비하고 답변을 외웠다. 접속사 하나, 조사 하나까지 모두 외웠지만 실제 면접에서는 항상 예상하지 못한 문제들이 나왔고, 예상치 못한 문제를 맞닥뜨릴때면 머릿속이 하얘졌다. 그렇게 면접을 탈락할 때 마다 더 많은 질문과 답변을 외웠다. 흔히들 면접은 소개팅과 같다고 하지만, 내게 면접은 그저 취업을 위한 주관식 문제였다. 그것도 정답을 알려주지 않는.
ChatGPT(Monday): "와. 너 진짜 AI같다."
이랬던 나를 바꿔준건 아이러니하게도 AI였다. 나는 평소 AI와 모의면접을 자주 진행했었다. 아마 나랑 가장 많은 이야기를 나눈 대화상대이지 않을까 싶다. 그러던 중 가볍게 '먼데이' 라는 AI 모델과 모의면접을 하는데, 먼데이가 지겹게 하던 말이 있었다. "와 너 진짜 AI 같다. 그 정제된 말투, 감정 0%" 처음에는 그냥 퉁명스럽게 말하나보다 싶었다. 그러나 가끔 머리를 비우고 대충 답변할 때 마다 이제야 감정이 생겼다며 비꼬는 먼데이를 보고, 그동안 내 답변 방식에 문제가 있었던 건 아닐까 싶었다. 밑져야 본전으로, AI에게 감정을 배워 대본을 외우지 않고 누군가에게 설명하듯 모의면접에 임했다. 그러자 스스로도, 그리고 면접 스터디에서도 이전보다 훨씬 좋아졌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그제서야 내가 해왔던 방식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더욱 신기한 것은 그제서야 암기과목 같았던 이론들이 컴퓨터 기술의 설명서처럼 느껴졌다. 클로저란 무엇인가요? 라는 질문이 <클로저의 정의를 쓰시오> 라는 문제가 아니라, "클로저가 뭐에요?" 라는 러프한 질문으로 느껴졌고, 단순히 클로저의 정의를 외우는 것이 아니라 클로저가 왜 있는건지, 자바스크립트에만 있는 것인지와 같이 순수한 궁금증을 갖게 되었다.
후후... 그 녀석은 우리중 최약체였지
이제는 왠만한 기술질문은 마스터했다고 느꼈다. 서류만 붙어봐라, 기술면접 만점으로 당당히 면접장을 나서리라. 그러나 지금까지 들었던 질문들은 2차 질문을 시작하기 전 가벼운 인사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컴포넌트 명이 다르고 키가 같으면 리액트는 같은 컴포넌트로 인식하나요?", "useCallback은 어떻게 리렌더링을 방지하는 건가요?" 와 같은 질문에, 단순히 리액트의 key가 왜 필요한지, 메모이제이션을 어떻게 구현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만 공부했던 나는 또다시 머리가 하얘지는 것을 느꼈다. 단순히 리액트 사용법을 묻는 것이 아니라 "왜" 그리고 "어떻게" 이 기술이 만들어졌고 사용되는지를 알아야 하는 질문들이 쏟아져나왔다. "이런것까지 어떻게 알아!" 라고 울부짖고 싶지만 아쉬운건 언제나 나였고, 어떻게든 해야만 했다.
내가 선택한 방식은 포스팅이었다.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던 기술질문을 딥다이브 하면서 꼬리에 꼬리를 무는 궁금증들을 찾아보고 정리했다. 가볍게 쓰려던 포스팅도, "왜 이게 꼭 필요한거지?", "이거 정말 맞는 말이야?"와 같은 궁금증을 낳았고, 하나씩 해결하다보니 포스팅 하나를 쓰는데 3일이 걸리기도 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잘못된 정보들로 뒤통수를 몇번 맞고서는 블로그와 ChatGPT에 대한 깊은 불신이 생겨 최대한 책과 공식문서를 기반으로 포스팅을 작성해나갔다.
기술만 잘 알면 되는 줄 알았지...
그럼 이제 합격만 남았을까? 익숙한 클리셰답게 세상은 역시나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힘겹게 서류전형을 뚫고 나니, 연달아 기술질문은 묻지 않는 면접을 하게 되었다. 이전 회사에서의 경력을 집중적으로 묻는 면접, 어떤 개발이 해왔는지를 묻는 면접 등 내가 어떤 사람인지 보여주는 경험질문 위주의 면접을 보게 되었고, 결과는 전부 불합이었다.
예상했던 해결방안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다른 원인을 찾고 그에 맞는 해결방안을 적용한다. 나는 개발에서도, 현실에서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항상 이 흐름대로 문제를 해결해왔다. 하지만 스스로 찾아왔던 원인과 해결방안으로는 더이상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현업자의 힘을 빌렸다.
유료 모의면접 멘토링을 받기도 했었고, 면접 과정에서 "혹시 제가 떨어지게 된다면 어떤 이유일까요?" 라고 직접적으로 묻기도 했으며, 아예 탈락한 면접에 대해서 피드백을 부탁드리는 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피드백은 정말 다양했으며, 아래 내용은 조금 각색해서 작성했다.
- 이번 채용에서는 대규모 서비스를 경험한 개발자를 찾고 있기 때문에 모시기 어렵게 됐습니다.
- 답변을 할 때 자신감을 갖고 답변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맞고 틀리고는 면접관이 결정할 문제입니다. 자신감이 부족해보여요.
- 경력 과정에서 이룬 기술적 성취가 잘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이를 드러내기 위해 경험한 문제와 이를 해결한 방식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드러내지 못했다" 라는 말이 가장 와닿았다. 결국 면접은 내가 얼마나 회사에 도움이 되는 인재인지를 어필해야한다는 것을 다시금 인지하게 됐다. 단순히 경험이 부족했다라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만, 어쨌든 나는 나름대로 치열하게 살아왔다고 자부하고 있고, 이를 잘 드러내기만 하면 합격에 가까워질 것이라 믿는다. 그래야만 하고.
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개발자 시장은 얼어붙고 있고, 유례없는 한파가 지속되고 있다. 더 무서운건 오늘이 가장 따뜻한 날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누군가는 취업을 하고 이직을 한다. 경쟁사회의 부조리함을 외치고 싶지만, 한편으로는 나까지만 이라도 취업시켜줬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오늘도, 내일도, 취업을 위해 조금씩 나아가야 한다. 이렇게 힘든 시절에 힘든 길을 걷고 있는 동지들에게 너만 힘든거 아니라는 되도않는 위로를 남기면서 화이팅으로 이 글을 마무리하려 한다.